'맞춤 아기' 탄생…유전자 검사 배아 선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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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한 부부가 골수 질환으로 사경을 헤매는 딸의 유전자 치료에 쓸 세포를 얻기 위해 골수 유전자형이 딸과 동일한 동생을 배아 단계에서 '선택' 출산해 윤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콜로라도주 잉글우드에 사는 내슈 부부는 지난해 일리노이주 매소닉 메디컬 센터에서 시험관 수정 후 배양한 배아 중 딸 몰리(6)와 동일형의 골수 유전자형을 가진 것을 골라 임신, 지난 8월 29일 아들 애덤을 출산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미니애폴리스주 페어뷰 대학병원팀이 애덤의 탯줄에서 간(幹)세포를 추출해 몰리의 순환계에 주입했다.

이 세포가 증식해 충분한 양의 골수를 생산하면 몰리가 앓고 있는 팬코니 빈혈증이란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시술팀은 완치될 가능성이 85~90%라고 밝혔다.

지난해 딸이 이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내슈 부부는 자신들의 골수나 간세포를 내주려 했으나 골수형이 맞지 않았으며 일반적인 출산으로는 같은 질병을 가진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25%였다.

결국 이들은 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딸의 조직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골수 유전자형을 지닌 배아를 선택, 출산하기로 결심했다. 남의 질병을 치료할 세포를 얻을 목적으로 인간을 출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 의료계 일각에선 배아를 골라 출산한 '선택 출산' 이라는 점과 '치료를 위한 의도적 출산' 이란 점을 들어 이번 출산을 비난하고 있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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