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두개로 갈라진 기술표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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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편리한 IMT-2000을 계속 추진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요.

문제가 있어요. 지금 전세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IMT-2000의 기술 표준이 동기식(cdma2000)과 비동기식(W-CDMA)두개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기술 표준이 두개라는 것은 한쪽 기술을 이용한 휴대폰으로는 다른쪽 기술을 쓰는 나라에서 전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에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기식은 IMT-2000의 주파수 사용대역을 세개로 쪼개 사용하고 지상에 있는 모든 기지국이 GPS라는 미국의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서비스하지요. 반면 유럽.일본이 이끌고 있는 비동기식은 주파수 대역 전체를 한개의 채널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GPS 위성을 이용하지 않고 통신망 내에서 기지국간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미국과 유럽.일본은 서로 자기네 기술이 세계 표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ITU가 단일 표준을 고르지 못했지요.

유럽이 미국과 다른 방식을 채택한 것은 현재 많은 국가에서 쓰고 있는 휴대전화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 퀄컴사의 로얄티를 피하기 위해서예요. 로얄티는 어떤 사람이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신청해 놓으면 그 기술을 쓰는 사람은 특허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일정액의 돈을 주는 걸 말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세계는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쓰는 나라로 갈려 있어요. 전문가들은 전세계의 80%가 비동기식을, 20%가 동기식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방식이 동기식에 기반을 뒀다는데 있어요. 이 방식을 토대로 한 휴대폰 기술도 그동안 많은 돈을 쏟아 부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지요.

그러니 단말기제조업계에선 IMT-2000의 기술 표준은 경쟁력 있는 동기식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서비스를 하려는 곳에선 많은 나라가 쓰는 비동기식을 선택하려고 하지요.

정부는 1~2개 업체가 동기식을 선택해 주길 속으론 바라지만 그렇다고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고요. 동기.비동기식!

우리나라 업체는 어떤 방식을 택할지 한번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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