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당 기념식 갈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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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오는 10일의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맞아 남한 내 정당.사회단체와 개별 인사들을 평양에 초청한다고 그제 발표했다.

북한의 '정부.정당.단체대표 합동회의' 이름으로 "남북의 각계 인사들이 서로간의 접촉을 통해 민족의 미래를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하자" 는 내용의 초청 편지도 보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신중히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 고만 밝혔고 민주당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한나라당은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의 일환' 이라며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결론부터 말해 북한 노동당 행사에 축하차 참석하는 일은 시기상조다.우리의 국가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나 각 정당은 원칙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노동당 규약은 당면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의 혁명과업을 완수' 하는 것으로,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 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남한 전복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의 기념일에 우리 정부.정당.단체들이 줄줄이 축하하러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기껏해야 선전에 이용되거나 들러리 역할만 할 뿐이다.

규약 개정은 물론 노동당이 실질적으로 대남 적화노선을 포기했다고 판단될 때 천천히 검토해도 늦지 않다.

노동당은 북한체제의 본체다.6.15선언 이후 북한이 변했다지만 아직 본질에서 변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변치 않는 노동당 기념식 참가는 '노동당의 전국화' 에 우리 스스로 기여하는 일이다.

북한은 6.15선언으로 조성된 화해.통일 분위기를 이번 초청의 배경으로 들고 있지만, 선언 이행을 위해선 먼저 정부 당국자간 회담부터 착실히 임하고 긴장완화.평화정착 방안을 내놓는 게 순서다.

북한의 이번 초청이 남한 내부의 분란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정부는 원칙과 국민 여론을 헤아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앞으로 비슷한 제의가 잇따를 경우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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