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소년 총격 살해…아랍권 분노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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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열 두살난 팔레스타인 소년이 총탄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자지구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모하메드 라미 알두라는 지난달 30일 아버지 자말 알두라(37)와 함께 중고차 경매장에 갔다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총파업을 선언, 학교가 문을 닫자 아버지를 따라 나섰던 것이다.택시가 이스라엘 병사들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근처를 지나갈 때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겁이 난 택시운전사는 알두라 부자를 내리게 한 뒤 달아나 버렸다.시위는 갑자기 격화됐고 이들 부자는 겁에 질려 벽에 바짝 붙은 채 살려 달라고 고함쳤다.TV 화면에 나타난 라미 소년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아버지 곁에 꼭 붙어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껴안은 채 "어린아이가 있으니 총격을 멈추라" 고 고함치며 결사적으로 손을 흔든다.하지만 이스라엘 군과 시위대에 그런 호소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잠시 후 아버지 곁에서 떨던 라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고개를 꺾었다.아버지도 몸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 의식을 잃었다.라미는 복부 총상으로 즉사했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이 장면은 국영 프랑스 2TV 카메라맨이 촬영했으며 당일 저녁 뉴스시간대부터 TV전파를 타고 가자 및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전역.중동 아랍국가들로 퍼져나갔다.

화면이 나가자 팔레스타인과 중동국가들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됐다.팔레스타인 의회 아메드 케레이아 의장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목도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장면" 이라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슐로모 벤 아미 이스라엘 외무장관 직무대행은 "팔레스타인측이 어린아이들을 위험한 충돌지역으로 내몰고 있다" 고 맞섰다.

이스라엘측에서는 또 "어린아이가 누구 총탄에 맞아 숨졌는지 정확하지 않다" 고 주장했으며 일부에선 팔레스타인쪽에서 희생양이 필요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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