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연구원 "북 의도 아직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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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의 의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아시아재단과 세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북한문제 세미나 참석차 서울에 온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엘 위트(사진) 선임연구원은 '선(先)검증, 후(後)접근' 입장을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만으로 평양을 판단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그는 1986~95년 국무부 핵문제 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을 13차례 방문한 바 있다.

- 북한의 의도를 검증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평양의 의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의도가 분명해진 것은 아니다.예컨대 북한 미사일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진심인지 또는 농담인지가 불분명하다.또 평양이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경제.군사.사회 등 모든 방면에 걸쳐 북한의 의도를 철저히 시험해 본 후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미국도 94년 북한의 의도를 다각도로 시험해 본 뒤 북.미 제네바 핵협상에 임한 사례가 있다."

- 미국이 올해 안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뺄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미국의 국내 정치 사정상 좀 곤란할 것이다.만일 빌 클린턴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뺄 경우 대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공화당이 이를 공격하고 나올 공산이 크다.따라서 올 연말까지 북.미관계가 큰 진전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 주한미군에 대한 워싱턴의 시각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미국이 주한미군 문제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현재 펜타곤을 제외하고 워싱턴은 대체로 주한미군의 '부분 감축' 에는 긍정적이다.워싱턴은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면 어떤 부대를 어떤 조건에서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그러나 91년처럼 주한미군의 일방적 감축이나 대규모 감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당연히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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