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신임 후버투스 폰 모르 주한 독일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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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장차 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지만 아직 북한에선 가시적 변화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

후버투스 폰 모르(53.사진)신임 주한 독일대사는 2일 독일은 남북관계 진전에 가장 성원을 보내고 있는 나라며, 앞으로도 통일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통일 10주년을 하루 앞두고 마련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독일과 북한 수교 문제와 관련, "북한의 인권 개선과 핵무기.미사일 개발에 대한 의혹 해소가 선결 조건" 이라며 독일 정부는 기존의 평양 대표부를 통한 외교 관계를 당분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한간 서신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한 북한을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신임장을 받은 모르 대사는 서베를린 출신으로 중학교 재학 시절인 1961년 베를린 장벽 건설을 직접 목격했고 통일 뒤엔 베를린 개발 사업에 관여해 왔다.

외가쪽 친척이 동베를린에 살고 있었다고 밝힌 그는 "지난 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질 때 오스트리아에 파견돼 있었는데 며칠 뒤 감격에 겨워 홀로 차를 몰고 현장으로 달려갔었다" 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아직 동.서 독일이 심리적 통일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구 동독 지역의 산업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공산 정권 때 파괴된 환경을 복원하는 등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통일은 옛 소련 등 주변국 변화를 비롯한 기회를 놓치지 않아 성사될 수 있었다" 고 설명한 그는 "한국에도 지금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구 동독인들은 구 서독 방송을 볼 수 있었고 이산가족 왕래가 비교적 자유로왔으며 구 동독내에 민주화 세력 등이 존재했었다" 며 한국 통일 과정이 독일에 비해 훨씬 험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사진=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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