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복싱] '철권' 사본 3연패 위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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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쿠바의 복싱 영웅 펠릭스 사본(33)이 30일 벌어진 복싱 헤비급 결승전에서 술타나메드 이브자기모프(러시아)를 21 - 13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3연패.

사본은 이로써 자신의 영웅 테오빌로 스테븐손(뮌헨.몬트리얼.모스크바올림픽 슈퍼헤비급 3연패)과 동급에 올라섰다.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세차례 따낸 선수는 사본을 포함, 3명에 불과하다.

2라운드까지 9 - 1로 앞섰던 사본은 한때 11 - 7까지 쫓기고 4회전 들어 준결승전에서 찢어진 눈두덩이가 다시 터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세계선수권대회를 여섯차례나 우승한 관록을 살려 승리했다.

사본은 어릴적 스테븐손을 보며 복싱을 시작했고 입버릇처럼 "스테븐손의 영광을 잇겠다" 고 말했다.

스테븐손은 70년대 "프로로 전향해 무하마드 알리와 경기하면 많은 돈을 주겠다" 는 미국 프로모터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올림픽 3연패의 영광을 쌓았다. 스테븐손은 가난했지만 당당했고 조국의 명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복서였다.

사본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던 86년부터 마이크 타이슨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꼽히면서 끊임없는 유혹을 받았으나 그의 영웅처럼 돈을 거부하고 명예를 택했다.

사본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조국의 국민을 위해 링에 오르고 있으며 국민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 고 말했다.

사본은 스테븐손의 기록을 넘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도 출전해 올림픽 4연패를 노린다.

한편 쿠바는 이날 오르티스 리곤데아욱스(54㎏급).마리오 킨델라(60㎏급).호르헤 구티에레스(75㎏급) 등 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모두 우승, 복싱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따냈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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