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단죄 차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자카르타=외신종합]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은 28일 열린 수하르토 전 대통령 부패 사건 3차 공판에서 피고인이 정신.육체적으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다섯명으로 이뤄진 재판부는 23명의 의료팀이 올해 79세인 수하르토의 신경.정신 부문을 검진한 뒤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수하르토가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열린 이날 재판에서 랄루 마리윤 재판장은 수하르토에게 내려진 자카르타 시내 연금조치도 즉각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수하르토 단죄는 일단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으로 친 수하르토파와 반 수하르토파의 시위도 예상된다.

검찰은 즉각 이에 불복, 상급법원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검사들은 피고인을 국립병원에 입원시켜 건강이 회복되면 재판에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이 직접 수하르토를 만나보겠다고 재판부에 제의했으나 거부당했다.

법원 부근에 있는 농업부 건물 주변에 몰려 있던 일부 시민은 법정 경비를 맡고 있던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시위대는 수하르토 지지세력을 태우고 법정으로 향하던 버스 두 대에 불을 지르고 승객들을 집단 구타해 두 명이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의사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수하르토를 반드시 감옥에 보내야 한다. 우리는 그를 구속수감할 때까지 무기한 시위를 벌일 것" 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날 재판 시작 직후 "지난 23일 약 8시간 동안 수하르토의 신경.정신 분야를 검진한 결과 건강상태가 재판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쁘며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고 밝혔다.

팀장인 자카리아 박사는 "수하르토는 대화할 때 종종 말을 중단하고 의사 표현을 위해 손짓을 사용한다. 그는 복잡한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