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막판 저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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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영수들이 만나 경제.남북문제 등 국가적 문제를 대화로서 풀고 정당간에 일어난 일은 사전 조율해 정당끼리 해결해야 한다. " (민주당 鄭均桓총무)

"(총무회담에서)안 풀리면 안 풀린 채로 영수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저쪽(민주당)에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 (한나라당 鄭昌和총무)

두 사람은 26일 오후 1시간40분간의 회담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회담 절차.의제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한빛은행 사건에 대한 특검제와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등 껄끄러운 정국현안을 중진회담에서 단계적으로 걸러내자는 입장이다.

반면 정창화 총무는 "두 영수가 정국현안을 단시간 내에 직접 풀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수회담을 연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이어 오후 9시에 열린 회담에선 의제 문제를 놓고 막판 절충을 벌였다.

여야의 이런 대치 속에는 정국 주도권을 노린 金대통령 및 李총재의 시각과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려고 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통령을 만나면 당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고 지적했다.

金대통령도 지난 25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영수회담 문제는 당이 판단해 건의해 오면 언제든지 하겠다" 고 밝혔다. 당직자들은 '당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발언' 으로 해석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총재대행인 내가 공식 모임에서 李총재에게 여러차례 만나자고 제의했는데 '그러자' 고 해놓고 응하지 않는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직접 상대해 정국을 반전시키는 모양새를 의식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은 여론 압력과 당 내부의 '무조건 등원론' 에 밀린 것이 아니다" 고 말했다. "여야 상생(相生)정치의 차원에서 李총재 스스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는 것이다.

영수회담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선 "특검제.국정조사 등을 거론할 바에야 영수회담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국 파행과 관련한 金대통령의 사과▶한빛은행 사건에 대한 특검제▶선거비용 실사개입의혹 국정조사 등을 언급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여야는 모두 국회 파행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영수회담의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 시한은 한나라당의 대구 장외집회가 있는 29일까지다.

이양수.최상연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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