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노트북] 주경기장서 태극기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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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메인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육상 경기는 고대 올림피아드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스타디움이라는 말 자체도 고대 그리스의 거리 단위인 '스타디온' 에서 비롯된데서 보듯 육상은 올림픽의 근본이자 스포츠의 어머니다.

스타디온은 대략 1백85.05m며 이 거리를 달리는 경주가 치러진 장소가 스타디움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육상 외에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축구뿐이다.

기원전 776년에 시작된 첫 고대 올림픽에서는 단거리 경주인 스타디온(1백91.27m.경기장의 두 기둥 사이를 뛰었기 때문에 거리가 약간 다르다)만이 치러졌고 나중에 중.장거리와 전차경주 등이 추가됐다.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올림픽이 아무리 '구조조정' 을 하더라도 육상만은 건재할 것이다.

메달리스트의 국기가 스타디움에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느끼는 감동은 어떤 경기장에서보다 각별하다.

지난 25일 40만 호주 애버리지니의 희망이자 호주 육상의 히로인 캐시 프리먼이 여자 4백m를 제패하고 시상대에 섰을 때 관중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깊은 감동 속에 빠져들었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시드니 메인 스타디움에 태극기를 올리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육상에 출전한 7명의 선수가 모두 예선 탈락하거나 하위권에 머물렀다.

주경기장 시상대가 아니라 관중석에서라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응원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만 출전조차 버거운 형편이다.

그렇기에 남자 마라톤의 이봉주가 반드시 메달을 따내주기를 희망한다. 금메달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로 벌어져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마라톤은 스타디움 밖에서 시작돼 스타디움의 결승선에서 완성된다.

그곳은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마라토너와 그를 배출한 나라의 영광이 집약되는 곳이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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