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안정증권 만기물량 자금시장 새 부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시중의 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 연말 채권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3개월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통안채는 모두 14조2천7백70억원으로 절대 금액은 보통 수준이지만, 이 기간 중 17조1천3백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물량과 겹치면서 자금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만기 축소 등으로 통안채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통화안정증권은 한국은행이 시중통화를 흡수하고자 할 때는 은행.투신.외국인 등에게 팔았다가 통화공급을 늘릴 때는 이것을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채권이다.

그런데 회사채의 대량 만기로 금리 상승압박이 작용하는 때에 한은이 통화량 증가를 우려해 통안채 만기 물량 만큼 새 증권을 발행(차환발행)할 경우 시중 통화량이 그만큼 줄어들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자금시장펀드(MMF)에 편입되는 통안채의 만기를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기로 하면서 통안채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것도 통안채 차환발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차환발행을 하지 않고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 줄 경우 시중에 통화량이 증가하게 돼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SK증권 성기용 연구원은 "통안채 상당 부분이 MMF 운용 대상 자산으로 활용됐지만 운용만기가 줄어들면서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 라며 "통안채를 내다 파는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처럼 물량 자체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현재 보유 중인 통안채들의 가격이 떨어져 자금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연내 0.25~0.5%포인트 정도의 콜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콜금리로 자금을 조달, 통안채를 샀다가 팔면서 금리 차익을 보기 위한 통안채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