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서 '윤락과의 전쟁' 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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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 경찰서의 전.현직 경찰관 36명이 입건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 공직자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윤락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주와 단속 경찰의 검은 커넥션을 퇴치하겠다고 공언해 온 경찰 수뇌부는 크게 곤혹스러운 처지다.

서울경찰청에 입건된 36명 중 17명이 최근까지 종암서나 산하 파출소에서 근무 중이었다.

업자들의 뇌물 계(契)를 통한 경찰.윤락업주의 유착관계가 포착된 것은 지난 5월. 검찰이 당시 윤락업주 南모(45)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주들이 경찰서.파출소 근무자들에게 휴가비.회식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수사권 독립' 등을 놓고 경찰과 갈등을 보여온 검찰이 의도적으로 경찰을 흠집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후 검찰은 조용하게 수사를 계속했다. 지난 5월 서울경찰청 소속 경관을 구속하는 등 관련 사실을 보충한 검찰은 이달 초 비리 경관들의 수사 결과를 경찰에 넘겼다.

경찰 수뇌부는 섣불리 의혹을 덮었다가는 경찰 조직 자체가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 강도높은 자체 조사에 나서 25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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