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수사 '궤도 이탈'…이씨 비리캐기 취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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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의혹 사건의 수사 결론을 차츰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이운영(李運永)씨 체포로 수사가 시작된 후 검찰이 공개한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당시 정황증거 등은 李씨가 제기했던 주장과 사실상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아크월드 당시 본부장 육상조씨가 건넨 케이크 상자의 내용물이 무엇인지에 따라서는 李씨가 금품을 받고 지급보증을 해줬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 간부들의 진술에도 지난해 임원회의에서 당시 최수병(崔洙秉)이사장이 李씨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직동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결과도 검찰은 제보자였던 신보 김주경 차장 진술과 첩보 수집경위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반면 李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나 정황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공개한 내용으로만 보면 박지원 전 장관의 대출압력 전화나 朴씨 형제의 협박, 이어진 보복수사와 사표 종용이라는 李씨 주장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방향이 철저한 '외압 규명' 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李씨 개인 비리와 비호세력 수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李씨가 상속재산 외에 파주.문산.제주도 등 전국에 갖고 있다는 70여만평의 부동산 소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은 또 李씨 체포 당일 李씨 배후세력 수사를 위해 10명을 연행해 서초경찰서에서 조사토록 했다.

李씨 측근인 전 국정원 직원 송영인(宋永仁)씨의 변호인은 宋씨가 검찰 수사에 반발해 단식투쟁을 벌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李씨 비리보다 외압의혹 규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시간이 다소 걸려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고 해명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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