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도 '증시 큰 폭 반등'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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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25일 외국인의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앞으로도 반등이 계속되려면 외국인의 매수 전환보다는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자생력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외국인은 이미 살 만큼 산 상태여서 큰 폭의 추가매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 비중이 30%선이지만 이들이 실제로 살 수 있는 물량 기준으로는 60%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은 이미 85%를 사들여 추가 매수여력이 극히 제한돼 있다.

◇ 편입가능 한도의 63% 보유〓외국인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꾸준하게 순매수를 기록, 시가총액의 30.4%(8월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론상 70% 가까운 물량을 사들일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의 주대상인 모건스탠리(MSCI)한국지수 상위 30개 종목에서 유통가능 물량을 감안한 외국인 비중은 63%에 달하고 있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주주 지분과 전략적 제휴물량은 실제 매매되지 않는 데다 외국인 보유한도 등에 묶여 있는 종목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발행주식이 모두 1천1백25만주인 금강고려화학의 경우 지난 15일 현재 외국인 지분이 28.4%인 3백20여만주였으나 대주주 지분 등(61.6%)을 제외한 유통물량 기준으로는 74.0%에 달했다.

제일기획도 외국인 지분이 시가총액 대비 51.7%이지만 유통 물량 기준으로는 73.8%에 달한다.

◇ 상위 5개 종목은 보유비중 더 높아〓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은 외국인이 유통 물량의 77.1~1백%를 갖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발행주식의 55.6%를 사들여 유통가능 주식의 77.1%를 확보했고, 한도 해제 방침이 알려진 포항제철도 외국인 지분한도인 30%를 모두 채워 지금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태다.

발행주식의 19.4%를 갖고 있는 한국통신은 지분한도가 33%이지만 해외매각을 추진 중인 정부지분 13% 가량을 고려하면 한도가 다 찼고 한국전력도 지분한도(30%)의 대부분인 27%를 갖고 있어 추가매수가 힘든 상태다.

SK텔레콤도 NTT도코모에 넘기기로 한 지분 15%를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 가능 물량의 99.9%가 이미 소화됐다. 이에 따라 이들 5개 종목의 외국인 보유율은 평균 85%에 달하고 있다.

◇ 외국인 매수 가능액 최대 10조 6천억원〓삼성증권은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로 돌아선다 해도 한국 증시에서 살 수 있는 물량이 최대 10조6천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외국인이 현재 15% 이상을 갖고 있는 전 종목에 대해 유통물량의 80%를 '싹쓸이' 한다고 가정한 것이어서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더 작다.

삼성증권 이기봉 수석연구원은 "반도체와 거시경제 변수를 감안하면 외국인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며 "기관과 개인들이 매수세를 회복하는 것이 반등의 관건" 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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