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재 미대사 기밀관리 소홀로 직무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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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정부가 21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인 마킨 인디크에 대해 국가기밀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결정을 내리고, 폴 사이먼스 대리대사를 직무대행토록 했다고 CNN방송.BBC방송 등이 23일 보도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22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같은 결정을 통보했다.

미국 역사상 현지 대사가 국가기밀 관리문제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건 처음이다.미 국무부는 "지난달부터 FBI와 합동으로 인디크대사를 조사해 왔으나 스파이 행위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다" 며 "곧 조사가 끝나면 구체적인 위반사실이 밝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올들어 국가기밀이 들어있는 노트북 컴퓨터 분실 사건, 러시아 외교관에 의한 국무부 회의실 도청사건 등 중요 기밀 누출사고가 잇따르자 직원들에게 안전수칙을 충실히 지킬 것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인디크는 외국 지도자들과의 회담내용에 관한 브리핑을 준비하면서 보안이 미흡한 컴퓨터를 사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익명의 전화제보자가 상원외교위원회 위원 한명에게 '국무부 직원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 고 알린 뒤 취해졌다" 고 밝혔다.인디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조치를 받게돼 유감" 이라고 말했다.

호주 태생으로 1993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인디크는 95~97년에도 이스라엘 대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이후 국무부 차관보로 재직하다 '중동평화협상이 중요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1월 다시 이스라엘 대사로 부임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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