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운영씨 '배후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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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빛은행 사건으로 구속된 이운영(李運永)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배후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공방이 23일 계속됐다.

한나라당을 배후로 지목한 민주당은 23일 이회창 총재의 사과를 촉구하는 등 대야(對野)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몸통을 보호하기 위한 정권의 억지와 거짓말" 이라고 반발했다.

◇ 커넥션 논란〓검찰이 22일 밤 국사모(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총무대리인 송영인(宋永仁.전 안기부 제주부지부장)씨를 긴급 체포함에 따라 국사모의 배후 조종 여부, 나아가 한나라당과 국사모의 관계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국사모는 현 정부 출범 초 해직된 안기부 간부들의 모임이며, 宋씨는 지난 8월 도피 중이던 李씨의 기자회견을 도운 장본인이다.

여권은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송영인씨-국사모로 연결되는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그 연결고리의 중심을 嚴의원으로 단정해 놓고 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검찰은 국사모가 벌인 정치공작과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파헤치라" 고 강조했고 지도부는 이들의 출국금지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은 "과거 평민당 시절 이문옥 감사관을 숨기고 감싸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이 지금의 민주당 당직자들이다.그런데 이제 우리당이 억울한 사람을 돕는 것을 배후라고 하다니…" 라며 반박했다.

嚴의원도 "면직취소 소송건으로 宋씨와 만났을 뿐 국사모 관련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고 말했다.

◇ 한나라당 지도부 알고 있었나〓민주당은 23일 이회창 총재의 사전 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李총재가 이운영씨 사건에 한나라당이 관련된 것을 알면서도 박지원 전 장관의 외압설을 주장하며 장외집회를 계속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며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李총재는 "터무니없는 얘기" 라고 반박했다.李총재는 "그 사람들(민주당 지칭)이 또 무슨 공작을 하는지 모르겠다" 며 "嚴의원이 李씨의 변호사인 손범규(孫範奎)씨와 변호 내용을 협의했다는 것은 보고받았다" 고 말했다.

이정민.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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