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악재 겹쳐 '등원 명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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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3일 가회동 자택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지금은 단결할 때인데…" 라고 혼잣말을 했다.

사람들은 전날 박근혜(朴槿惠)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박관용(朴寬用).손학규(孫鶴圭)의원 등 4인의 등원 촉구에 대한 반응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李총재는 지난 22일 오전 엄호성(嚴虎聲.부산 사하갑)의원을 급히 호출, '배후설 발언' 에 대해 진위를 따져 물었다."부산 장외집회(21일)가 성공했다" 며 기세를 올린 지 하루 만에 터져나온 돌출사건들이 李총재를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이다.

李총재는 등원에 관한 당내 의견을 고루 수렴 중이다.이날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 녹화를 끝낸 뒤 당3역들과 2시간이 넘는 오찬 모임을 했다.

22일 오후에는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와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를 총재실로 불러 "등원에 대한 의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얘기해 보라" 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제 한나라당의 등원은 발표만 남은 분위기다.다만 李총재는 비주류 중진들의 등원 주장이나 '배후 논란' 때문에 자세를 굽히고 들어가는 모양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총재실 한 관계자는 "장외집회의 와중에도 총재는 끊임없이 등원의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며 "자칫 최근 두 사건으로 등원의 명분을 놓칠 수 있다는 게 총재의 고뇌" 라고 말했다.

李총재는 경제 문제와 국정감사에서 등원의 당위성을 찾을 것 같다.李총재는 "공적자금 40조원 투입을 하루빨리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여당이 결심을 해야 하는데" 라며 협조 의사를 밝혔다.

李총재는 장외투쟁 중에도 국감 준비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의원들을 독려했다.李총재는 이날 녹화에서 "'정당의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에 들어가는 것" 이라며 "'최소한의 성의만 보여준다면 국회에 들어가고 싶다" 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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