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 식탁에 마주앉은 남북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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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3일 오전 8시 시드니 홈부시 베이의 올림픽 선수촌. 여자 양궁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남한의 윤미진(17.경기체고)과 북한의 체조 영웅 배길수(29)가 아침 식탁에서 마주앉았다.

한국선수단 이상철 단장과 윤성범 북한 단장.장영술 한국 여자양궁 코치.강광성 북한 체조감독도 합석했다.

이 자리는 전날 밤 북한 윤단장이 이상철 단장에게 "메달을 따느라 고생 많이 했다" 며 인삼주 2병을 전하면서 "금메달을 두개나 따낸 윤미진 선수를 만나고 싶다" 고 말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함께 트램(전기 자동차)을 타고 식당까지 이동하면서 화제는 금메달을 3개나 딴 양궁에 모아졌다.

"최옥실 언니가 이탈리아의 강호 나탈리아 발레바를 꺾어줘 금메달을 따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 윤미진이 수줍게 말하자 장영술 코치도 "최옥실은 기본기가 좋고 자세가 안정돼 장래가 밝다" 고 거들었다.이단장과 장코치는 "매년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양궁대회에 우리도 출전하고 싶다" 며 양궁 교류 의사를 타진했다.

북한 윤단장은 "남조선과 북조선 선수가 여자 개인전 4강을 싹쓸이했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고 화답했다.배길수도 윤미진에게 "금메달을 2개나 따낸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이단장이 "시간날 때마다 단장뿐 아니라 임원.선수들도 서로 만나 우애를 다졌으면 좋겠다" 고 말하자 윤단장은 "막판까지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 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난 13일 밤 윤단장이 한국선수단 숙소를 예정없이 방문해 함께 보드카를 들면서 대화를 나눈 지 열흘 만에 이뤄진 남북한 단장과 선수들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였다.한편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배길수는 24일 안마 결승에 출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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