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보복 성전’ 군부에 힘 실어준 김정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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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17일 훈련 공개는 이틀 전 국방위의 “보복 성전” 성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한에 최대 위협인 240㎜ 방사포를 이례적으로 TV 화면으로 부각시킨 것은 대남 심리전술 차원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군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급변사태 대비계획 보도를 빌미로 “청와대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보복 성전”을 위협한 군부 입장을 추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6·25 때 서울 침공의 선봉에 선 105 탱크사단의 남쪽 진격 훈련 을 지켜보는 등 새해 벽두부터 대남 강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은 군부가 일단 기세를 얻는 형국으로 본다. 2008년 말 개성공단 출입 차단 등으로 대남 압박을 가한 군부는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대남 유화전술로 돌아서자 전면에서 사라졌다. 대신 공단관리와 남북교류를 챙기는 통일전선부 산하 아태평화위가 득세했다. 군부와 통전부의 해묵은 노선 갈등이 표출됐다는 분석도 있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이 추진되자 군부는 “어떻게 지킨 판문점 분계선인데 소들이 밟고 가느냐”며 반대했다. 하지만 김용순 통전부장이 “9억4200만 달러를 받기로 약속한 금강산 관광(그해 11월 시작)을 위해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을 설득했고 통전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 위원장의 68회 생일(2월 16일)을 겨냥해 관광 대가와 식량 지원 등 선물 마련을 위한 통전부의 충성 경쟁에 군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다급할 게 없는 만큼 북한의 훈련공개 배경 등을 파악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자는 “ 북한 군부의 추가 조치가 없는 한 정부의 대북기조는 큰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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