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0년 연속 파업 신기록 세운 기아차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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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11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기 시작해 올 들어 첫 파업 기록과 함께 20년 연속 파업이란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기아차 노조는 15일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번 주 내내 전국 각 공장에서 파업의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노조는 지난해 5월 임금협상이 시작된 이후 11차례의 크고 작은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이미 4만800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져 손실액이 약 86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다 올해 부분파업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까지 합치면 전체 파업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파업 손실액은 지난해 기아차가 올린 1년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이런 식으로 파업을 계속하다 보면 최장 임금협상 기록(8개월)과 20년 연속 파업 신기록에다 최다 파업손실 기록까지 무난히 갈아치울 기세다.

우리는 개별 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와 적법한 파업을 비판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이번 기아차의 파업 신기록 경신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우선 기아차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의 원천이 국민들의 혈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아차가 올린 영업실적은 경기회복을 위해 신차 구입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준 덕이 크다. 그럼에도 기아차 노조가 그런 사정은 도외시한 채 현대차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이미 역대 최대의 성과급을 제시했다. 이것만으로도 임금인상은커녕 감원 불안에 떠는 대다수 근로자들은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더구나 현대차가 더 주기로 한 성과급은 15년 만의 무분규 파업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이미 파업으로 1조원의 손실을 낸 기아차 노조가 무슨 염치로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할 뿐이다.

올해는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회생할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해다. 기아차 노조는 신년 벽두부터 무리한 파업으로 경제회생을 위한 국민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국민들의 눈총이 따갑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