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세돌-유 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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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이세돌 돌풍 이어질까

제1보(1-26)=다시 유성(儒城)의 고요한 연수원에서 세계32강이 모였다.삼성화재배도 어언 5년째.IMF의 시련이 있었지만 점차 관록과 전통을 갖춰가는 느낌이다.

바둑에는 세계랭킹이 없다.각국의 프로들을 망라하는 랭킹이 있다면 32강의 면모를 한눈에 알 수 있을텐데 그점은 참으로 아쉽다.우선 국내 랭킹이라도 있다면 좀더 낫지 않을까 싶다.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하면 올해 32강에 한국 초단이 두명이나 끼여있기 때문이다.

32강중 한국은 15명,이중 태반이 신인들이라는 점에 중국과 일본의 관계자들은 다시한번 놀라고 있다.그 많은 신인들 중에서도 외국기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신흥강자는 다름아닌 이세돌3단이다.32연승에 90%의 기적적인 승률은 이미 그들도 훤히 알고 있었다.

추첨 결과 李3단은 중국의 위빈(兪斌)9단과 맞붙게 되었고 그순간 장내에 모인 많은 선수들이 위빈의 얼굴을 쳐다봤다.골치아프겠군요 하는 의미였을까.

8월30일 아침,연수원에 마련된 특설대국장엔 속속 대국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새벽에 숲속을 산책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이세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李3단의 어린 시절 선생님이자 이날의 입회인은 권갑룡7단이 “달라졌어요.많이 컸지요?”하며 필자에게 동의를 구한다.그렇다.참으로 달라진 이세돌이다.

9시30분 정각에 이창호9단이 마지막으로 입장했고 곧이어 대국 개시선언이 떨어졌다.돌을 가려 李3단이 백.위빈9단은 노타임으로 첫수를 던졌고 그순간 사방에 카메라 후랫쉬가 요란하게 터졌다.

포석은 스피디했다.위빈이 미니중국식중 쉬운 형을 들고나왔고 이세돌도 별다른 변화를 꾀하지 않아 19까지 순식간에 두어진 것.그러나 A에 두지 않은 20이 전투적인 한수로 이때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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