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씨 측근 "강압수사 녹취록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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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압력 의혹 사건과 관련, 잠적 중인 이운영(李運永.52)전 서울 영동지점장측이 지난해 검찰로부터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녹취록 등 추가 '폭로' 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

李씨측은 21일 낮 12시 검찰에 출두하기 전 이를 밝히겠다는 얘기를 흘리고있다.

李씨는 지난해 4월 지급보증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경찰 사직동팀의 내사에 이어 서울지검 동부지청의 수사를 받게되자 "아크월드사 박혜룡씨 형제와 박지원 장관이 외압을 가했다" 고 주장하며 잠적했었다.

◇ 추가 폭로 있나=李씨의 한 측근은 19일 "동부지청이 지난해 李씨의 비리 수사를 하면서 李씨와 거래한 중소기업체들을 강압적으로 다뤘음을 말하는 중소기업 관계자 등의 녹취록을 李씨측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줬다는 업체로부터 '강압 수사를 당했다' 는 진술이 나오면 수사 방향이 반전될 것" 이라고도 덧붙였다.

또다른 李씨 측근은 "李씨가 지급보증 외압을 받을 당시의 일기(지난해 4월 이전)를 추가 공개할지도 모른다" 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李씨측이 언론과 한나라당에 보낸 일기에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인 지난해 4월말부터 6월말까지의 내용만 적혀 있다.

李씨측 손범규(孫範奎)변호사는 "한 李씨 측근이 청와대 모 비서관을 만나 '박현룡(박혜룡씨 동생)씨가 청와대 직원이면서 개인 법인 이사로 등재돼 있는 사실을 윗선에 고언하라' 고 요청했었다" 며 "하지만 며칠 뒤 이 비서관은 '힘에 부친다' 고 말해왔다" 고 주장했다.

孫변호사는 "상황에 따라 이 비서관의 실명을 공개하고 관련 자료를 증거로 제출할 것" 이라고 말했다.

◇ 검찰 반응=검찰은 겉으로는 "지금까지 조사 결과만 보면 李씨의 '외압'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 며 "따라서 추가 폭로할 내용도 별 것 아닐 것"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관계자도 "지난해 李씨의 대출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는 모략" 이라고 말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녹취록 등의 내용이 무엇이든 외압설만으로 장관을 소환하기는 어렵다" 며 "李씨가 출두해 계속 외압설을 주장할 경우 의혹만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어떻게든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추가 폭로가 있을 경우 朴장관과 李씨의 대질신문이 필요하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찬.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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