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기공식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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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을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경의선(京義線.서울~신의주) 복원 기공식을 축복해주는 것을 느끼면서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복원 기공식에 참석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처럼 감격에 겨워했다.

金대통령은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겠습니까' '저는 거듭 강조합니다' 라는 등 연설 원고에 없던 감탄사를 중간중간에 집어넣었다.

金대통령이 집권 2기의 캐치프레이즈와 목표로 잡은 것은 '한반도 중심시대' 다. 金대통령이 누룬 공사 발파 단추는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경의선 복원의 의미를 金대통령은 '한반도 시대에의 꿈' 이라고 규정했다.

무엇보다 '남북한 전체, 민족경제 전체의 번영' 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대륙까지 우리 경제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 이라며 한반도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여기에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고 金대통령은 지적했다.

"반세기 동안 허리가 끊긴 우리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과 북이 화합과 신뢰의 토대를 구축하는 주춧돌"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공식 행사를 金대통령은 "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애끓는 외침이 실현되는 민족의 대축제" 라고 표현했다.

더구나 남북 군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뢰(地雷)제거 작업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다짐" 이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이같은 우렁찬 함성은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적대와 반목의 시대를 마감하는 모범이 될 것" 이라고 金대통령은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경의선 철도 복원에 쓰일 침목 하나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시대' 라는 메시지를 친필로 쓴 뒤 서명했다.

이어 金대통령은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 등과 함께 착공 발파 단추를 눌렀다.

그리고는 1945년 경의선 중단 당시 마지막 기관사였던 한준기씨의 '염원의 기차' 시험운행을 지켜봤다.

기관차 옆에 걸린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현수막을 떼내자 '철마야 달려라 겨레의 염원을 싣고' 라는 글이 나왔다.

행사에는 각계 인사와 실향민.주한 외교사절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불참했다.

그러나 김덕룡(金德龍).이부영(李富榮).손학규(孫鶴圭)의원 등이 참석해 악수를 건넨 金대통령에게 '축하합니다' 라고 인사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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