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철로개방 속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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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일성 저작집 제44권(4백71쪽)엔 "신의주~개성간 철도를 복선화해 중국 물동량을 나르면 연간 4억달러, 러시아.중국 동북지역 물동량을 동해안철도로 나르면 10억달러 등 북한은 가만히 앉아 한해에 15억달러를 벌 수 있다" 고 명기돼 있다.

탈북 북한철도 설계사 장인숙 씨는 "이같은 교시를 1997년 탈북 전까지 여러 차례 들었다. 다만 북쪽 전문가들은 '남한에 철길을 빌려주겠다' 가 아니라 '남한을 통치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는 의미로 해석했다" 고 설명했다.

교통개발연구원 전일수 박사는 "북한은 남한에 대륙 통행권을 주는 문제를 오래 전부터 검토했다는 게 여러 연구결과와 각종 국제회의에서 알려지고 있으며 그 결과가 이번 경의선 복원으로 나타났다" 고 해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학소 박사는 "북한 주민에게 자본주의 물결을 덜 접촉시키면서 이익을 얻는 최상의 방법으로 경의선 연결을 허가했을 것" 이라는 의견이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권원순 교수는 "통과이용료 수입, 노후화된 철도구간의 개선, 이를 통한 노력동원 등을 노린 것이기도 하지만 군사.외교.정치적 이득도 충분히 계산했을 것" 이라고 분석한다.

대륙간 철도연결 사업은 이미 여러 차례 국제적으로 제안되고 있던 것이고, 유럽도 대륙쪽으로 고속철도를 건설하려는 마당에 북한이 이 계획에 끼여들면 경제적 이득은 물론 국제적 이미지 개선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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