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원들 한빛은행 매듭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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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대치정국의 돌파구가 열릴 것인가. 18일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릴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이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크숍에선 한나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고,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국 수습책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17일 "모든 현안이 워크숍에서 다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이미 "최고위원들이 정치력의 중심에 서야 한다" 고 언급해 워크숍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12명 최고위원들은 워크숍 테이블에 올릴 중요한 과제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꼽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 사건이 金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최고위원들의 공통된 인식" 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그러나 특검제는 金대통령이 "안된다" 고 쐐기를 박아놨다.

이 사건을 둘러싼 동교동 내부의 미묘한 기류가 워크숍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당내에선 주목하고 있다.

'특검제 수용론' 이 나왔던 지난주 '13인의 소장파 반란' 에는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있었지만,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쪽의 의원들은 없었다. 대출외압 의혹을 받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權위원과 가깝다.

韓위원은 17일 아시아 정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에 가버렸고,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한빛은행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진상규명이 우선' 이라는 원론적 결론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워크숍에선 당3역 등 지도부 교체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소장파 간담회에서 '지도부 교체를 통한 당 쇄신론' 이 제기된 데다 대야(對野)협상 분위기 전환을 위해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는 최고위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의장소에 김옥두(金玉斗)총장.정균환(鄭均桓)총무가 참석하는 탓에 최고위원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 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자민련이 일단 '교섭단체가 안되면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는다' 는 고리를 푼 만큼 한나라당과 협의해 새로운 개정안을 만들 수 있다는 양보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의약분업 문제도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의 설명을 듣고 보완책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워크숍에서 나올 수습책이 정국 정상화의 '묘약' 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한나라당은 17일 "한빛은행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만으론 등원(登院)할 수 없다" 며 특검제 관철을 다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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