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국회 폭력’ 강기갑 1심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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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판사의 판단 근거는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행위가 폭행과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하려면 이 두 가지 요소가 필요충분조건이다.

먼저 국회 본회의장 앞에 민노당이 내걸었던 현수막을 철거하려 했던 국회 직원들의 행위는 ‘급박한 상황’에 해당되지 않아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가 직원의 멱살을 잡고 옷을 끌어당긴 것은 화가 난 상태에서 불법행위에 항의하려는 감정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봤다.

박계동 국회사무총장실에서 탁자 등을 쓰러뜨리고 책상 위에서 ‘공중부양’을 한 것과, 국회의장실 문을 차고 소리를 지른 것은 흥분한 결과에 따른 것이지 위해를 가하려는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항의를 하러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박 사무총장이 신문을 본 것은 휴식을 취한 것이지 공무집행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박 사무총장이 오히려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 이 판사의 설명이다.

이날 판결에 대한 검찰의 인식은 정반대다. 엄연한 폭력행위를 항의 차원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이 같은 일을 했다면 당연히 유죄가 나왔을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항의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폭행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법의식과 감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법리적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판결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법학) 교수는 “국회를 돌아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기물을 파손한 것은 정당한 항의라고 볼 수 없으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폭력으로 난장판이 됐던 국회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국민들은 이번 판결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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