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회복, 비과세 폐지 … 멈추지 않는 해외펀드 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해외주식펀드에서 34거래일째 자금이 빠져나갔다. 총 규모는 1조7857억원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366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시작된 자금이탈 흐름을 이어갔다.

뒤를 더 돌아보면 해외 주식펀드에서 자금이탈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다. 다만 11월 24일 703억원이 반짝 순유입돼 순유출 흐름은 중간에 한 번 끊겼다. 9월 10일부터 계산하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13일까지 빠져나간 돈은 총 3조3011억원이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브릭스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이탈했다. 지난주에만 중국과 브릭스 투자펀드에서 각각 736억원과 47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주식펀드의 자금 탈출 러시는 최근 해외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이익을 실현했거나 본전을 찾은 데 따른 것이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해외 주식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해외 주식펀드의 수익률도 다시 좋아진 것이다.

해외주식펀드에 대한 비과세 폐지도 자금이탈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펀드 비과세가 시행된 2007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해외 주식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적립식이 19조원, 거치식이 28조원에 이른다. 이런 대규모 자금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자 펀드를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주식펀드의 자금 유출 속도가 일부 떨어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일부 물량이 해소되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손실이 난 해외펀드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데 앞으로 펀드가 회복되면 환매 압력이 커져 올 상반기까지 유출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은행의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들이 마침 예대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고금리 예금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확신이 없는 투자자에게 고금리 상품이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당분간 은행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13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463억원이 이탈했다. 이로써 12월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모두 2조2007억원에 이른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