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YS 반북한 "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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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5일 당 소속 원내외 위원장 2백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양복저고리 속주머니에서 전단(삐라) 한장(가로 10㎝×세로 6㎝)을 꺼냈다.

그는 "어제 신라호텔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호텔 로비에 뿌려졌던 것이라며 누가 내게 가져왔다" 고 입수경위를 설명했다.

李총재는 "이 삐라의 앞뒤엔 '반북, 반통일은 천벌을 받는다' '민심 거역하는 이회창, 한나라당' 이라는 글이 쓰여 있고 내가 물 끓는 가마솥 앞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 소개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옛날 들판에서 보던 삐라들이 일류호텔 로비에 뿌려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李총재측은 "지난 11일 북한 김용순(金容淳)비서가 신라호텔에서 송이버섯 전달식을 할 무렵 호텔 안팎에 삐라가 뿌려진 것으로 안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호텔 주변에서 전단 3백장이 발견됐다며 남한 내 고정간첩의 소행으로 의심했다.

한나라당은 괴(怪)전단 사건을 '남북문제가 궤도이탈하는 사례' 로 꼽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양보한 쪽은 우리가 아닌 북한" 이라고 한 발언을 '국민정서와 안 맞는 궤변(詭辯)' 이라고 공격했다.

權대변인은 "金대통령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를 거둬들였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이를 공식적으로 철회한 적이 없다" 면서 "오히려 우리가 6.25 침략, 아웅산 테러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고, 국군포로를 데려오지 못한 채 비전향 장기수만 보내는 양보를 했다" 고 주장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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