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고졸 공무원 50세에 박사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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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논문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달 18일 한양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 동대문구청 기획재정국 법인조사팀장 안종철(安鍾喆.50)씨.

'납세 관련자의 조세 공평성 인식에 관한 실증적 연구' 를 주제로 한 그의 논문은 종합토지세를 납부하는 일반인과 행정.세무 공무원 등 모두 3백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조세

공평성에 대한 각계의 인식을 실증적으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논문에 따르면 일반인은 세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반면 세무공무원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러한 인식차가 "납세자들이 세금에 관한 정확하고 자세한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한 탓" 이라고 강조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대부분의 민원인들이 세금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고 돌아간다" 며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설명했다.

1969년 고교 졸업 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73년 서울시 행정서기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와 동대문구에서만 27년을 근무한 그가 만학도의 길에 들어선 것은 서른살이 되던 80년.

"가정 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상처로 남아 결국 야간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주말은 모두 공부에 바쳤고 남들이 퇴근한 사무실에서 혼자 남아 책과 씨름하기도 했죠. "

그는 "나이 들어서 공부는 뭐하러 하냐" 는 주위의 시선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자기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전문적 능력을 길러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학사에서 석.박사 학위까지 20여년간 공부하는 동안 불평없이 뒷바라지해 온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그는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했지만 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며 "이제 어렵사리 배운 지식을 대민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글〓하현옥,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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