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데뷔 힐러리 얻은 것 보다 잃은 것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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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민주당 후보로 뉴욕주 연방 상원 의원에 도전한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 클린턴(52)이 13일 밤 공화당의 릭 라지오(42)후보를 상대로 TV 토론회 데뷔전을 치렀다.

이 토론회는 케이블 채널 MSNBC를 통해 미 전역에 한시간 동안 방영됐고 1백여명의 기자가 몰려 대선 못지 않은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토론회에서 힐러리와 라지오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을 헐뜯었다.

힐러리는 라지오가 유권자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는 뉴트 깅그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의 보좌관 출신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힐러리는 "라지오는 깅그리치의 '대리인' 같은 인물" 이라고 비난한 뒤 "세금문제 등에 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 왔으면서 뉴욕 주민들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중도 온건파인 척하는 철면피" 라고 몰아세웠다.

발끈한 라지오는 "당신은 괜한 사람을 끌어 들이는데 지금 선거에 나선 사람은 깅그리치가 아니라 나다" 라고 반격했다. 라지오의 비난도 거침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힐러리를 '뻔뻔스럽다' '클린턴식' 이라고 공격했다.

라지오는 갑자기 힐러리쪽으로 다가가 종이 한장을 내밀며 "소프트 머니(기업 등에서 받는 정당기부금)사용 금지안에 함께 서명하자" 고 요구하기도 했다. 힐러리가 할리우드 등에서 수차례의 행사를 열고 엄청난 금액의 기부금을 모은 것을 비꼰 것이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당신 지지자들이 수백만달러를 들여 나에 대해 음해하는 단체우편을 보내는 걸 그만두면 서명하겠다" 며 서명 대신 악수를 청하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다.

첫 토론회에서는 라지오의 이득이 더 많았다는 평가다. 워싱턴 포스트는 라지오가 카리스마가 없다는 이미지를 벗고 도전적인 정치인으로 보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퀴니피액 대학교가 8백3명을 조사한 결과 힐러리와 라지오의 지지율은 각각 49%, 44%다.

한편 힐러리는 토론회 사회자가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거대한 우익의 음모' 라고 말한 데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나는 아무도 오도하지 않았다. 진실을 몰랐던 것뿐" 이라고 발뺌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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