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영씨가 선처 호소…박장관, 출두조건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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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과 신용보증기금 전 서울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수배)씨 사이에서 李씨의 '메신저' 역할을 해온 지찬경(池燦京.49.사진)동국대 총동창회 사무총장.

그는 13일 "朴장관에게 李씨에 대한 선처를 몇 차례 요청한 결과 朴장관이 '李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다면 선처 노력을 하겠다' 는 약속을 했다" 고 주장했다.

池씨는 이날 3시간여 동안 본사 기자와 만나 지난해 5월말 동창회 간부로부터 李씨의 구명에 노력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朴장관과 세차례 면담한 과정과 배경을 설명했다.

池씨는 "올 5월 6일과 8월 29, 30일 세차례에 걸쳐 朴장관과 李씨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면담에서 朴장관이 '이운영씨가 검찰에 출두한다면 1차 만났을 때 선처해주겠다던 약속이 그대로 유효하다' 고 말했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朴장관은 "당시 나는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검찰 수사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고 단호히 거절했다" 고 반박했다.

또 "내가 李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선처 의사를 말한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池씨는 "첫번째와 세번째 면담은 내 요청으로 이뤄졌고 두번째 면담은 朴장관이 요청한 것" 이라고 밝혔다.

池씨는 5월 6일 첫 면담 당시 李씨가 작성한 호소문을 朴장관에게 건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朴장관은 '그가 나를 음해하고 다닌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도와주라는 거냐' 며 역정을 냈다" 고 전했다.

朴장관은 "검찰에 빨리 출두시켜라. 그래야 도와줄 수 있다" 고 말했다고 池씨는 주장했다.

李씨는 이때 호소문에서 "아크월드사 신용보증 증액요청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 본의 아니게 외부에 언급돼 朴장관께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진사(陳謝)드린다" 고 밝혀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池씨측은 이에 대해 "李씨가 전략상 朴장관이 전화한 부분은 빼놓았다" 고 해명했다.

두번째 면담은 언론에 朴장관의 전화 압력 의문이 제기되던 시점인 8월 29일 朴장관이 비서관을 통해 요청해 이뤄졌다.

池씨는 "朴장관이 '이운영씨가 나를 음해하고 다닌다. 빨리 출두시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 고 요청했다" 고 말했다.

8월 30일의 세번째 면담에서 朴장관은 "선처는 이제 물건너갔다. 아직도 출두를 안했더라. 출두만 한다면 도와주겠다" 고 밝혔다고 池씨는 말했다.

池씨는 1976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다 97년 황명수(黃明秀) 당시 동국대 동문회장의 추천으로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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