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더한 납북자 가족 한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남북 정상회담.이산가족 상봉 등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납북자라고 좋은 소식이 왜 없겠어요. 내년 추석엔 남편과 함께 명절을 쇨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갖고 삽니다. "

남들은 명절분위기로 법석이지만 5년 전 납북된 남편 안승운(安承運.55)목사의 아내 李연순(51.여.'서울 금천구 시흥동.'사진)씨에게 추석은 남편의 빈 자리를 더욱 크게 느끼게 할 뿐이다.

1993년부터 중국 옌지(延吉)에서 선교활동을 해오던 남편은 95년 7월 돌연 북으로 납치됐다.

그후 평양에서 북한 여성과 결혼, 새 가정을 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 어떻게 납치가 된건지, 결혼한 것은 사실인지 등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李씨의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진월북이 아니냐는 시선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지요. 명절 때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귀국할 정도로 가족 사랑이 각별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월북이라니요. "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후부터 수십년간 그늘에 묻혀 있던 납북자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李씨는 조금씩 희망을 갖게 됐다.

지난 2월 생긴 납북자가족모임에서 벌이는 대정부 활동도 그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지난 2일 비전향 장기수 북송 때 李씨는 납북자가족모임의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방패 든 전경과 몸싸움을 벌이는데 하나도 떨리지 않더라" 고 말하는 그는 "장기수들에게 '당신들은 납북자 가족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가는 것' 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갔다" 고 말했다.

李씨는 "올 추석엔 아이들과 함께 보름달을 보며 남편이 꼭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 것" 이라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