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선 … “약한 학생은 천민, 빵셔틀 노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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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학교 안에는 세 가지 계급이 있다. 싸움 잘하는 일진을 중심으로 한 ‘귀족’, 공부 잘하고 돈 많은 ‘양민’, 그리고 공부도 못하면서 소심해 괴롭힘을 당하는 ‘천민’이다. 특히 천민은 귀족·양민의 매점 빵 심부름을 도맡아 ‘빵셔틀’이라고 불린다.”

인터넷에 떠도는 신조어 ‘빵셔틀’의 뜻풀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경찰청 등과 함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빵셔틀’ 대책을 포함시킨 것은 이런 강요 행위가 신종 학교폭력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말 2학년 학생 서너 명이 같은 학년의 한 힘없는 학생에게 빵 심부름을 시켰다. 힘없는 학생은 아무 말도 없이 빵을 사다 줬다. 생활지도 교사가 심부름을 시킨 학생들에게 “친구한테 왜 그런 일을 시키느냐”고 묻자 “돈을 주고 시키는데 뭐 어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 힘없는 학생은 그 뒤에도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은 힘센 학생에게 자신의 체육복을 내놓는가 하면 담배 심부름까지 했다. 교사가 다시 불러 다그치자 힘센 학생은 “저 아이는 원래 심부름을 시키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 A중학교의 장모 교사는 “등교할 때 힘센 학생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주고 쓰게 한 뒤 하교할 때 다시 받아가는 신종 강요 행위도 있다”고 설명했다.

‘빵셔틀’의 셔틀은 PC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유닛(게임상의 병력)을 실어나르는 비행물체의 이름이다. 힘없는 학생을 ‘운반선’에 비교한 것이다. ‘빵셔틀’과 같은 강요 행위를 한 학생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학생에게 사과, 피해 학생 접촉 금지, 전학·퇴학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서울대 이순형(아동학) 교수는 “‘빵셔틀’과 같은 종속·복종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피해 학생에게 무력감 등 정신적 발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빵셔틀’과 같은 행위가 계속되면 실제 폭력과 같은 피해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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