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회 열어 준 ‘나눔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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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3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회관 강의실에서 앤드류 라플람(31)씨가 중학생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단국대 제공]

13일 오전 10시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단국대 천안캠퍼스 첨단과학대학 건물 지하 강의실. 이 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3학년 홍승아(24·여)씨가 중학생 10여명을 상대로 영어단어 테스트를 하고 있다. A4용지에 15개 정도의 영어단어를 받아 적는 방식이다. 이어 홍씨는 2시간 동안 영어 독해와 문법을 가르쳤다.

홍씨로부터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천안지역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월 평균 소득 150만원이하 가정)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다.

수업에 참가한 김수연(중2·천안시 쌍용동)양은 “학원갈 형편이 못돼 방학때가 되면 고민이 많았는데 대학생 언니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취약계층 중학생 70여명을 초청해 영어·수학을 무료로 가르치는 ‘청소년 윈터 스터디 캠프’를 열고 있다. 이 대학 박승환 학생처장은 “방학기간에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지역 청소년을 위해 이 같은 학습캠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의에 참가한 학생은 10여명으로, 해외에서 어학연수 경험이 있거나 관련 과목 전공 학생들이다. 또 앤드류 라플람(31) 원어민 교수도 윈터 스터디 캠프에 참가, 매일 1시간씩 영어회화를 지도한다. 윈터 스터디 캠프는 5일부터 4주 동안 하루 5시간씩 진행된다. 강의시간은 총 100시간이다.

홍씨는 “학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는 해봤지만 영어 강의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방학을 뜻깊게 보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씨는 2008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에서 6개월간 생활한 적이 있다.

대학측도 윈터 스터디 캠프 지원에 적극 나섰다. 캠프 기간에 매주 금요일마다 중학생들에게 강의대신 영화관람이나 스케이팅 등의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캠프 참가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학습 교재와 점심도 학생식당에서 공짜로 준다.

중학생 김형기(14)군은 “대학생 형들로부터 수업을 받는 게 너무 즐겁다”며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단국대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연중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학생 20여명이 지역 사회복지시설 아동 70여명을 초청, 천안CGV영화관에서 마술 쇼와 영화감상을 할 기회를 주었다. 또 단국대 의대학생을 중심으로 2007년부터 해마다 몽골에서 의료 봉사를 해오고 있다. 김성민 이 대학 총학생회장은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의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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