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기업들 신용등급 회복 이자부담 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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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통신.한전.포항제철 등에 이어 삼성전자.LG칼텍스정유 등 국내 대표기업의 신용등급이 속속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자 신용등급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외국 금융기관들은 해당 기업의 차입금 금리를 낮춰주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1~3년 짜리 단기 국내 채권을 금리가 낮은 10~20년 짜리 외화채권으로 바꾸는 등 부채구조를 유리하게 바꿀 계획이다.

LG칼텍스정유는 최근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원유를 도입할 때 외국은행에서 빌려 쓰는 차입금(유전스)의 금리가 연 8%에서 7.5%로 낮아져 연간 4천만달러(약 4백억원)의 이자 부담을 덜게 됐다.

포철은 현재 등급(BBB)보다 몇단계 높게(A+)외국 투자자들이 인정하고 있어 지난 5월(연 1.51%)과 8월(연 1.44%)에 일본 금융시장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낮은 금리로 5백억엔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포철은 곧 미국에서 양키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포철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높은 이자로 발행한 채권을 싼 금리의 채권으로 바꾸거나 단기 채무를 장기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SK㈜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지난해 1억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사채(FRN)를 발행한 데 이어 앞으로도 외화 채권을 계속 발행해 부채 만기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장진원 기업설명(IR)팀장은 "70대 30이었던 장기와 단기 부채의 비율이 외환위기를 거치며 50대 50으로 단기 부채의 비중이 늘어났다" 며 "이를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전체 차입금 4조7천억원 가운데 11억달러(1조2천1백억원 상당)인 외화채권을 신용등급이 오르는 대로 적극 늘릴 방침이다.

현대차는 계열분리 및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가 가시화함으로써 조만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현대전자도 미국 오리건주 반도체법인(HSA)의 S&P 등급이 '부정' 에서 '긍정' 으로 바뀌었고 최근 신용감시 해제를 선언해 고무된 상태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채권시장은 만기가 길어야 3년으로 장기 채권시장이 없다" 며 "만기가 10년, 20년씩 되는 외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이자도 싸고 자금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 "고 말했다.

최근 외국 채권 투자자 사이에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외화 채권을 발행하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발행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용택.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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