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단체장 예산낭비 개인 돈으로 물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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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 지방 자치단체장이 예산을 자기 맘대로 쓰다가 재정적 손실을 끼치면 앞으로는 자기 돈으로 물어내야 한다.

이에 따라 선거공약 이행을 이유로 예산을 생색내기 사업에 전용(轉用)하거나 토지보상.물자구입비를 시가보다 높게 지출하는 등 일부 민선 단체장들의 허술한 예산집행 행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6일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국회통과 즉시 시행될 개정안은 감사원이 만들었으며,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은 '상급자의 위법한 자금 지출 지시에 대해 회계 관계 직원이 이유를 명시해 거부했음에도 다시 지시 한 경우 상급자가 단독 책임을 진다' 는 조항(제8조)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단체장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회계 직원이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게 되며, 단체장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다가 손해를 입힌 사실이 감사기관에 의해 적발될 경우 그만큼 변상해야 한다. 중앙부처나 정부투자기관의 장(長)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회계직원이 변상책임을 져왔다.

정부 관계자는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민선으로 뽑힌 뒤 단체장들이 인기위주의 선심성 예산집행을 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 면서 "주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재정 손실에 대해 직접 금전적 책임을 지도록 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방만한 예산집행을 시정하려 나서면 단체장들이 민선임을 내세워 저항하는 등 견제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며 "국민 혈세(血稅)를 잘못 쓴 책임에 대해선 자기 돈으로 물게 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법을 고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김석현.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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