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세율 높이면 세금 많이 걷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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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흔히 세율을 높이면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단순 계산으로 1년에 2천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20%의 세금을 매긴다면 4백만원을 내야 합니다.

세율을 25%로 올리면 세금은 대번에 5백만원으로 올라가지요.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계산을 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 않습니다. 특히 세율이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는 경우 더 달라지죠. 가뜩이나 세금이 버겁다는 인식이 퍼져있는데 세율을 더 올리면 오히려 세금이 덜 걷힐 우려도 생겨납니다.

왜 그럴까요. 제대로 세금을 내기보다는 법망을 피해서라도 소득을 감추거나(탈세)세금을 덜 내는 다른 나라로 회사를 아예 옮겨버릴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를 조세 회피라고 합니다.

'더 이상의 세금은 못내겠다' 는 조세 저항을 부를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세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세율을 낮추는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방법이라는 이색적인 주장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영화배우 출신의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그런 경우였죠.

그는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가들이 더 열심히 기업활동을 해 생산이 더 늘어나고 돈도 더 많이 벌어, 낮은 세율을 적용해도 세금 총액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업의 공급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서 '공급경제학' 이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대통령 이름을 따서 레이거노믹스라는 신조어도 그 당시 만들어진 말이지요.

아쉽게도 당시 미국 경제는 레이건 대통령의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걷으면 개인이나 기업 경영자의 경제활동 의욕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해요. 극단적으로 1년에 2천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1천만원을 세금으로 걷는다면 누구든 돈을 벌기보다 딴 궁리를 하기 십상이겠죠.

그런데 그렇게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가 어디 있냐구요. 1997년 스웨덴의 조세부담률(사회보장세 포함)은 51.9%였습니다.

조세부담률이란 전체 국민이 벌어들인 돈에서 갖가지 세금으로 나가는 돈이 차지하는 비율이니 스웨덴 사람들은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셈입니다.

스웨덴 뿐만 아니라 덴마크(49.5%).핀란드(46.5%).룩셈부르크(46.5%).벨기에(46.0%).프랑스(45.1%)등이 대표적으로 세금이 많은 나라들이죠.

우리나라의 97년 조세부담률은 21.4%로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37.2%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세금이 적다거나 적당하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 보긴 힘들지요.

세금을 내는 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세금 매기기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직장인의 소득은 '유리 지갑' 이라고 해요. 세무서에서 얼마나 버는지를 빤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죠. 개인사업자들의 경우는 정반대예요.

이에 정부도 변칙 상속.증여 등 음성 탈루소득과 '세금 전쟁' 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97년 2천3백억원에 불과하던 탈세 추징액이 98년 1조6천억원, 99년 2조5천억원에 이어 올해는 3조5천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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