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건설 다시 생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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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부가 11일 세종시 개발 신안을 발표하자 시범단지 아파트 부지를 산 건설회사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던 이제까지의 입장을 바꿔 주택 건설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등 12개 건설사는 2007년 이곳의 아파트용지 109만㎡를 매입했으나 세종시 건설이 지지부진해지자 그동안 ‘계약금을 떼지 않는 조건의 계약 해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촉구했었다.

업체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내에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 땅을 산 것인데 행정부처가 옮겨오지 않고 세종시 개발 계획이 축소되면 사업성이 악화돼 분양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러면서 1년 동안 땅값 중도금 납부를 계속 미뤄와 땅을 판 LH와 갈등을 빚었다.

LH에 계약해지를 요구하던 업체들이 생각을 바꾼 건 신안 발표 직후다. 삼성 등 4개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 2만여 개가 새로 생기는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개발되면 아파트 분양성이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대기업 직원들이 많이 내려와 살고 교육여건이 잘 갖춰지면 아파트 분양이 잘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면 아파트 수요는 당연히 생긴다는 얘기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담당자는 “사업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계약을 해지하는 것보다는 사업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겠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아파트 사업은 다시 추진하되 땅 계약 조건이나 주택 분양 시기 등 세부사항은 LH와 협의해 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건설사는 이번 신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불투명하기는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D사 관계자는 “대기업에는 땅을 싸게 팔고, 또 그 땅 일부에 사원아파트를 짓게 하면 일반 아파트는 분양이 어렵고 수익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부지를 산 업체에도 땅값 인하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LH는 건설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LH 세종시 기획처 정형기 차장은 “건설업체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시범단지에 12개 건설사가 1만5237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이 가운데 쌍용건설과 풍성주택은 중간에 계약을 해지했다. 시범단지 내 아파트 분양은 이미 건설사들이 토지를 쓸 수 있는 시점이 지났기 때문에 땅값만 내면 바로 할 수 있다. 한편 LH는 신안 발표에 따라 시범단지를 뺀 아파트 공급 계획을 다시 세울 예정이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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