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 정리해고 칼바람 … 타임워너와 결별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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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거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에서 분리한지 한 달 만에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AOL은 11일 이번 주 안에 최대 1200명을 정리해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OL의 트리샤 프림로즈 대변인은 “전 임직원의 3분의 1인 2300명의 대상자 중 지금까지 퇴직을 신청한 사람은 110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인원에 대한 강제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AOL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2억 달러를 쓸 예정이지만 구조조정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연간 3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AOL과 타임워너의 결합이 역사상 최악의 합병이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이들의 잘못된 만남은 1999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럴드 레빈 전 타임워너 회장과 스티븐 케이스 AOL 창업자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정부 건립 5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한 달 뒤 뉴욕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통합을 논의하는 뜨거운 사이로 발전한다. 두 회사 내부의 반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결합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케이스 전 회장은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최강의 인터넷 회사와 최고의 미디어 회사의 결합은 새로운 21세기를 선도하는 기업의 탄생이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2000년 1월 AOL과 타임워너는 163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합병에 성공한다. 이를 통해 2600만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워너브러더스, 케이블채널 CNN과 HBO 등을 갖춘 세계 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탄생됐다. 그러나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합병 넉 달 후인 2000년 5월, 붕괴의 조짐이 나타났다. 고속 인터넷 접속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화 접속 인터넷의 최강자였던 AOL은 점점 시장을 잃어갔다. 합병 기업은 2002년, 99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AOL타임워너의 시장 가치는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문화적 차이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됐다. 리처드 파슨스 전 타임워너 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다른 문화의 신미디어와 구미디어의 합병으로 인한 후유증이 컸다”며 “두 회사를 융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주도권 다툼도 갈등을 부추겼다. 합병기업의 이름처럼 표면적으로는 AOL이 통합회사의 근간인 것처럼 비춰졌지만 실제로는 AOL의 유능한 인재들이 타임워너 본사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AOL 내부에선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2002년에는 AOL이 광고 수입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되자 타임워너 측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AOL의 분사와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결정됐다. 분사 후 AOL의 시가총액은 34억 달러에 불과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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