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이창호-서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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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徐9단 끈질김과 李왕위 무심함 대조

제3보 (34~55)〓34로 35에 막으면 흑은 나가서 끊는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흑이 삼삼에 들어갔는데 백이 34로 후퇴하지 않고 35로 막을 수 있다면 이것은 흑의 작전실패다. 즉 좌상쪽에 우군이 없으면 귀는 파고들지 말아야 한다.

36으로 터를 잡자 37로 지켰다. 여기까지는 아주 쉬운 듯 두사람은 거의 노타임으로 두었다.

그러나 하변에 뛰어든 38부터 호흡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25분이 걸린 48 언저리부터는 대국장의 공기가 멎어버린 듯 답답해졌다. 53은 무려 50여분의 장고.

끈질지게 수를 보는 徐9단의 집념과 이를 지켜보는 李왕위의 무심함이 대조를 이루며 대국장은 마치 한장의 정지된 화면처럼 계속 그렇게 있었다.

이 부근이 어렵게 변한 것은 李왕위가 42로 수순을 비틀었기 때문이다.

이 수는 '참고도' 백1로 두고 3, 5로 사는 것이 상용의 수법. 그러나 흑8에 이어 10에 두게 되면 왼쪽 백 전체가 들뜨게 돼 일거에 비세에 빠지게 된다. 이걸 피한 것이 42며 42를 응징하려는 것이 47이다.

47의 누르기에 한사코 봉쇄를 피하며 48로 올라선 것이 李왕위의 두번째 변화수.

李왕위는 귀를 포기하며 52로 진로를 틀었고 徐9단은 흑의 연결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를 놓고 한없이 장고했다.

53은 A가 좋다는 검토실의 의견도 있었으나 국후 두 대국자는 실전이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다.

귀의 넉점은 이제 작다고 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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