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식량지원 기대반 걱정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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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년 만에 재개할 대북 식량지원을 놓고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1995년 15만t의 쌀을 지원했을 때 우리 운송선박에 대한 인공기 강제 게양과 억류사건으로 대북접근의 발목이 묶였던 악몽 때문이다.

올 들어 30만t의 비료를 지원했지만 쌀 문제는 또 다르다. 군사비 전용 의혹 등 자칫 정치권의 공방까지 예상되는 사안이다.

이번 평양회담에서 정부가 무상지원이 아닌 '차관공여' 형태를 취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북측은 '보장한다' 는 문구를 요구했으나 남측이 곤란하다며 '검토.추진' 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다소의 논란을 겪더라도 식량지원 재개를 통해 대북접근의 속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3일 "전금진(全今振)북측 단장이 평양 장관급 회담 둘째 날(30일) 공개적으로 식량지원을 요청했다" 며 "이는 곧 남북간 상호의존도가 커진다는 얘기" 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YS정부 때의 쌀지원과 함께 95년 일본 정부가 50만t의 쌀을 보낸 사례(15만t=무상, 35만t=10년 거치 30년 상환)도 한 모델로 검토 중이다. 매년 일정량의 식량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물론 북한의 경제능력으로 볼 때 '과연 언제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반드시 달러가 아닌 지하자원 등 현물상환 방식을 택하면 오히려 남북협력의 기회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서방국가와 국제기구의 대북지원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쌀과 맞바꿔서라도 긴장완화.이산가족 문제 등을 풀어가려는 정부의 의지로 볼 때 그 시기와 물량은 '가급적 빨리,가능한 한 많은 양' 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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