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주택가 변전소 건립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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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자파 무서워서 못살겠다." (주민)

"전자파 우려는 전혀 없다. " (한국전력)

대구 중구 동인동 주택가 주민들과 한전측이 변전소 건립을 놓고 지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한전 대구전력관리처가 중구 동인동 사무실로 쓰던 3층짜리 건물을 헐고 지상 4층.지하 1층의 공평변전소를 짓기로 하면서부터다.

이는 중구에 교보.대한항공 사옥, 의류업체인 밀리오레 등 20층에 육박하는 대형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

공평변전소는 외곽의 변전소에서 들어오는 34만5천㎸의 전압을 15만4천㎸로 낮춘 뒤 전봇대나 도로변에 있는 변압기를 통해 가정이나 점포.사무실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전은 지난 4월 중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최근 기존 사무실을 철거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발하는 주민은 변전소 건물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시티타운아파트 2백4가구 주민 7백80여명. 이들은 "위험시설인 변전소를 주택가에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벽에 '공평변전소 설치 결사반대' '전자파 무서워 못살겠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자파와 폭발 등 위험을 안고 있는 시설을 아파트 코밑에 둘 수는 없다" 는 것이다.

게다가 변전소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평가하는 아파트 담보가치가 벌써 5백만~1천만원씩 떨어졌고, 세를 놓기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공평변전소대책위원회 이상기(68)위원장은 "한전에선 전자파 우려가 없다지만 엄청난 전압을 취급하는 곳에서 전자파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의 입장은 주민들과 정반대다. 지금까지 선진국이나 한전 자체조사에서 나타난 전자파는 가전제품에서 방출되는 것보다 수치가 낮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도심에 있는 다른 변전소처럼 변압기 등 변전시설을 지하에 넣고 금속으로 밀봉해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한전의 최충탁(40)대리는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란 이유만으로 건립을 반대한다" 며 "문제점을 가리기 위해 주민들과 같이 전자파를 측정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측은 "곧 변전소를 짓지 않을 경우 전력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 며 공사강행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실력으로 저지하겠다" 고 맞서 변전소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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