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호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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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진통을 겪으면서 마침내 현대차를 분리, 그룹을 사실상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체제로 재정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대는 당초 구조조정 방안대로 5대 핵심업종 가운데 현대중공업을 2002년 상반기까지 계열분리한 뒤 ▶금융.서비스▶건설▶전자 소그룹에 대해 '정몽헌 의장 소유-전문경영인 경영' 구도를 갖출 계획이다.

◇ 정몽헌 의장 체제로 그룹 재편=현대는 지난 3월부터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유동성 위기.자동차 계열분리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의장의 두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해 왔다.

그런데 이번 자동차 계열분리를 계기로 鄭전명예회장이 의도한 대로 형제간 재산분할이 명확하게 이뤄지게 됐다.

정몽헌 의장이 금융.서비스, 건설, 전자 계열사를 맡는 것을 비롯, ▶자동차 소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정몽준(鄭夢準.국회의원)고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된 것이다.

현대그룹으로선 흐트러진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정몽헌 의장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鄭의장이 공식적으로 그룹에 복귀하는 데는 여론의 부담이 있다" 며 "현대아산 등 대북사업에 전념하기로 한 만큼 이 범주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는 앞으로 그룹의 무게중심을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현대상선.현대종합상사로 옮길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3.86%를 鄭의장이 매입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鄭의장은 지주회사인 현대상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계열사를 장악하는 사실상 경영 복귀 효과를 볼 수 있다.

◇ 금융부문 조기 분리 가능성=현대는 아메리카인터내셔널그룹(AIG)으로부터 1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현대증권과 현대투신.현대투신운용 등 금융 소그룹을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융 소그룹의 중심 역할을 해온 이익치(李益治)회장이 사퇴함으로써 전문경영인 체제를 서둘러야 할 상황" 이라며 "2003년까지 분리하려던 방침이 금융계열사의 외자유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앞당겨질 전망" 이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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