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농기계 구입비 융자 못받아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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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민 林모(34.충남 당진군 당진읍)씨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고장이 잦은 7년된 낡은 콤바인을 새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인근 농협에 2천3백여만원의 농기계 구입자금 융자신청을 했지만 "자금이 바닥났다" 는 말만 들었기 때문이다.

林씨는 "당장 목돈을 구할수도 없고 일손도 모자라 6천여평의 벼를 어떻게 수확해야 할지 막막하다" 고 말했다.

추수철을 앞두고 수해를 입은 농민들이 농기계 마져 구입하지 못해 겹시름에 젖어 있다.

30일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편성한 농기계 구입 융자금 5천4백16억원이 이달 초 모두 소진돼 전국의 농협을 통한 농기계 지원 판매가 전면 중단됐다.

추수철에 꼭 필요한 콤바인.바인더.곡물 건조기 등에 대한 교체 및 신규 구입 수요가 지난해보다 60%이상 증가했지만 정부가 올 융자 규모를 19%나 감축한 탓이다.

융자금제는 농민들의 농기계 구입 총 비용의 75%를 연리 4%, 1년거치 5년상환 조건으로 빌려주는 제도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에도 IMF여파로 농기계 구입을 미뤄왔던 농민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 당초 예산을 97년(9천2백17억원)보다 49%나 감축했다가 민원이 빗발치자 하반기에 2천억원의 추경예산을 긴급 투입했었다.

金모(52.전북 김제시 청아면)씨는 "수해에 벼가 다 쓰러졌는데 콤바인마저 살 수 없게 됐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도의 경우 연간 1천2백억원 이상의 농기계 구입자금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2백50억원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콤바인(대당 3천여만원)구입을 희망하는 도내 2천여 농가중 40%만 구입하는 데 그쳤다.

경남북.충청.강원 지역 농협들도 이달 중순부터 올해 융자금이 동나 농기계 구입 신청을 중단했다.

울산시 북구 농소농협 농기계 판매담당 김호수(金昊洙.33)씨는 "바인더.콤바인 구입 문의가 하루 20여건이나 돼지만 안타깝다" 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측은 올 농기계 융자금이 최소 2천5백억원이상은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당초 기획예산처에 올 예산을 6천8백99억원 신청했지만 농기계 보급율이 90%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1천4백83억원이 깍였다" 며 "추가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중" 이라고 밝혔다.

허상천.김방현.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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