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빛은행 불법대출 '몸통'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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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이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씨의 동생 현룡(전 청와대 국장)씨가 한빛은행 불법대출과 신용보증기금 지급보증 청탁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확인, 30일 소환함에 따라 그의 역할과 수사 전망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아크월드가 한빛은행 서울 관악지점에서 3백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현룡씨가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에 근무하던 지난해 15억원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받기 위해 형과 함께 신용보증기금 서울 영동지점을 직접 방문한 부분은 이미 확인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현룡씨가 지난 4월 청와대를 그만둔 뒤 벤처기업을 경영하며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을 것" 이라며 "대출금의 일부가 그의 벤처기업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 말했다. 실제로 아크월드가 대출받은 돈 가운데 상당액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가 관악지점과 직접 접촉한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본인의 이름으로 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나타났다.

부인도 3천5백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관악지점의 많은 간부들이 '혜룡씨의 동생이 청와대 국장이었다' 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가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에 보증을 부탁하러 갔던 것과 같이 한빛은행 관악지점에도 자신의 배경을 과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밖에 대출 과정에서 현룡씨가 고위층 인사에 '지원' 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수사 전망=한빛은행 사건 수사는 대출을 둘러싼 외압 여부 규명과 대출금의 사용처 파악에 집중돼 있다. 현룡씨가 핵심 인물으로 등장함에 따라 그의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현룡씨가 청와대 국장이란 신분을 과시하며 형의 보증 성사 및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더라도 직권남용죄를 걸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른바 '장세동(張世東)전 경호실장의 직권남용 사건' 에서 이같은 경우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선 허위의 내국신용장 등을 이용해 거액을 불법 대출받은 형 혜룡씨의 행위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그를 배임의 공범으로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룡씨의 다른 혐의가 드러날 기능성도 있다.다만 검찰은 무작정 조사하는 게 아니라 연결고리를 찾아 혐의가 인정되는 부분에 한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룡씨를 소환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띨 전망이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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