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금통위 금리 결정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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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긴 추석 연휴 뒤에 열린 지난주 증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까지 올랐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는 850선 턱밑까지 다시 올랐다.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는 유가의 영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시장이 유가 급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만약 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는 휘청일 수 밖에 없다.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 데도 주가가 탄탄하게 움직이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기관이 모처럼 주식을 사들이며 외국인의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관 매수세 중엔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프로그램 매매도 있지만, 아무래도 연기금의 왕성한 매수가 한몫하고 있다. 연기금은 9월 이후 단 하루만 빼고 주식을 사들여 잠자는 사자가 깨어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연기금의 자금운용이 아직도 유연하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왕성한 주식 매수세가 과연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초저금리 현상 때문에 연기금도 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주는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목해야 한다. 금통위가 물가 걱정을 무릅쓰고 콜금리 목표치를 또 내리면 주식시장은 다시금 고무될 수 있다. 8월의 기습적인 콜금리 인하보다 효과는 못하겠지만 금리가 떨어질수록 주식투자의 매력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쏟아낼 3분기 실적도 관심거리다. 실적이 상반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알려진 뉴스지만 실적 둔화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례 없는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기 힘든 형편이라고 해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시장이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가지수 움직임보다 개별 종목들의 실적을 살피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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