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월드사 보증 고위인사 전화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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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크월드사 추가 보증 요청 - 고위 인사 청탁 - 추가 보증 거부 - 고위 인사 및 朴씨 형제 폭언 - 사직동팀 조사 - 사표 제출-검찰 수사 - 지명 수배'.

한빛은행 불법 대출사건에 관련된 박혜룡(47.구속)씨와 현룡(40.전 청와대 국장)씨 형제의 청탁을 거절한 뒤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신용보증기금 이운영(李運永.52)전 영동지점장. 그는 지난해 5월말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이같은 과정을 밝혔다.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탄원서는 李씨가 손으로 쓴 A4용지 네장 분량. '지급보증 압력과 사직동팀의 수사 경위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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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는 탄원서에서 "지난해 2월 중순 (당시)청와대 고위인사가 직접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아크월드사가 은행 대출에 쓸 수 있도록 15억원의 추가 보증을 해주라고 요청했다" 고 밝혔다.

그는 "검토 결과 추가보증이 어렵다고 말하자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위압적인 말을 들었다" 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두번째 전화 통화에서 李씨가 보증 거부 의사를 밝汰? "당신 자리가 날아갈 것" 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3월 10일과 그 이삼일 뒤 李씨 사무실을 각각 찾은 朴씨와 동생 현룡씨 역시 "겁없이 말하고 다니지 말고 빨리 보증이나 해" 라며 폭언했다고 李씨는 주장했다.

朴씨는 며칠 뒤 李씨가 5억원에 대해서만 보증을 서주자 "당신 앞날이 편안한가 두고 보자" 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 한달 뒤인 같은 해 4월 22일 사직동팀 수사관 3명은 李씨의 사무실을 찾아 리베이트 수수 여부 등을 조사했다.

李씨는 모 경찰서와 R호텔에서도 조사를 받았다.

이어 그해 4월말 다른 청와대 사정 관계자가 신용보증기금 고위층에 전화를 걸어 "李씨가 보증을 대가로 1천여만원을 받았다" 며 사표 처리를 강요해 사표를 냈다는 것이 李씨 주장이다.

검찰은 그러나 "李씨가 조사에는 불응하면서 변명조로 보낸 탄원서여서 신빙성이 없다" 고 밝혔다.

◇ 반론〓이운영씨가 자기에게 보증 압력을 가한 인물로 지목한 고위인사는 29일 "李씨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이라며 "전화를 건 적도, 만난 적도 없다" 고 주장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朴씨 형제의 청탁을 받아 사직동팀이 나선 것으로 착각한 李씨가 앙심을 품고 朴씨 형제와 고위층 인사의 이름을 끼워넣은 탄원서를 여러 곳에 뿌린 것 같다" 고 밝혔다.

그는 "당시 내사는 그의 범죄혐의에 대한 여러 첩보에 따른 것이며 우연히 지급보증 거절건과 시기가 겹쳐 오해가 나온 것" 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사직동팀이 3급인 청와대 국장 정도의 청탁으로 수사를 하는 조직이 절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당시 사직동팀장이던 서울 은평경찰서 최광식(崔光植)서장은 "이 내사는 청와대 하명이 아니라 공직자 개인비리 차원에서 진행됐다" 며 "李씨가 준 공무원 신분이어서 조사 대상이 됐던 것" 이라고 말했다.

崔서장은 또 "당시 李씨를 통해 대출받은 중소기업 사장이 자신의 고교 선배인 사직동팀 직원에게 李씨의 비리를 제보해 와 내사했다" 며 "수사과정에서 박혜룡이란 이름조차 나온 바 없다" 고 주장했다.

강찬수.박재현.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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