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귀국, 2,000여 팬 공항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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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6년 1월 은퇴 선언을 하고 자취를 감췄던 서태지(본명 정현철.28)가 4년7개월 만에 팬들 품으로 돌아왔다.

28일 낮 12시20분(현지시간) 미국 LA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 201편에 오른 그는 29일 오후 6시50분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까지 기른 생머리에 검은 테 안경을 쓴 차림으로 김포공항 제1청사 1층 입국장 게이트를 통과한 그는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팬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답했다.

일부 팬들은 1분이 될까말까한 찰나였지만 서태지를 가까이서 본 감격을 못이기는 듯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공항에는 흰색 티셔츠 차림에 노란색 손수건으로 차림새를 통일한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의 서태지 팬'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들었다.

'기다렸습니다' '서태지 그가 돌아왔다' '하늘도 열렸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입국장 로비를 가득 메운' 2천여명이 입국장 로비를 가득 메웠다.

나우누리 통신의 서태지 팬클럽 '태지 앤드 보이스' 회장인 강대훈(19.대학생)씨는 "공항까지 나오면서도 서태지가 돌아온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는데 멀리서 모습을 지켜볼 때 몸이 떨렸다" 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생 서가영(20.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오늘은 태지 오빠가 떠난 지 1천6백70일째" 라면서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태지 오빠를 만나 감격스럽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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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항은 흥분한 팬들과 경찰.취재진이 뒤엉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공항에는 서울경찰청 3개 중대와 공항 경찰대 2개 중대 등 약 2백40명의 경찰이 파견됐다.

이 광경을 지켜본 택시기사 등은 "서태지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며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였다.

서태지가 팬들이 대기하고 있는 입국장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1, 2번 게이트 이용 여부를 놓고 공항 경찰대와 그를 엄호한 사설 경호원 간에 이견이 빚어져 잠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서태지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침묵으로만 응대했으며, 로비에선 팬들에게 잠시 손을 흔들고는 다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다른 출구를 이용해 오후 7시5분쯤 공항을 빠져 나갔다.

이은주·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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