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감로(甘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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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함석헌(咸錫憲)의 스승인 다석(多夕)유영모(柳永模)는 아무리 오랜 시간 강의를 하더라도 물한모금 마시지 않았다.

그에게는 목마름이 없었다. 그의 입속은 늘 침으로 가득했다. 그의 앞에서 강의를 듣던 제자들은 입에서 튀어 나오는 침방울의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같이 다석의 모습은 일반적인 스승에게선 찾아볼수 없는 것이었다. 대개 오랜시간 강의를 하게 되면 목이 마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례 강단에는 물과 물컵이 놓인다. 심지어는 설교나 법문을 할때도 물을 마실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다석은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물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예외에 속하는 일이라고 할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련자의 처지에서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추구해야 할 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련자는 일차적으로 입속이 마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좌선을 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목마름을 느끼면 수련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아무리 격렬한 육체적인 운동을 하더라도 목마름이 없는 것이 수련자의 참모습임을 알아야 한다.

구년면벽(九年面壁)으로 유명한 달마(達磨)대사는 입속에 가득찬 침으로 벽곡하여 진경을 이루었다고 일컬어진다.

선도의 세계에서는 그 침을 감로(甘露)또는 감로수라고 부른다. 입에서 감로 또는 감로수가 샘솟으면 수련이 제길로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감로란 단이슬을 말하는 것이고 감로수란 달콤한 물을 뜻한다. 입에서 샘솟는 침의 맛이 달콤함을 상징하는 셈이다.

침의 맛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단맛, 둘은 쓴맛, 그리고 셋은 무미(無味)즉 맛 없음이다.

단맛은 건강한 사람의 침인 동시에 수련이 제대로 된 사람의 침을 상징한다. 쓴맛은 병약한 사람이나 수련이 잘못된 사람의 침맛이다. 무미는 중간치에 속한다.

입에서 단침이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감로' 를 증득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옛선인들은 감로를 일러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영약(靈藥)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깨달음도 '감로' 에서 비롯한다고 했을 정도다.

입에서 단침이 샘솟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마음을 바로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숨을 바로 쉬면서 혀끝을 입천정에 밀착시키는 것이다.

이규행 한국 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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