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과열·혼탁 심각" DJ에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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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선의 과열.혼탁 정도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후보까지 나와 걱정입니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을 이틀 앞둔 28일 김원길(金元吉)선거관리위원장은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金위원장은 "과거에 비하면 한결 깨끗해진 편" 이라면서도 일부 후보측의 향응제공 사례가 적발됐고, 확인되진 않았지만 금품살포설이 나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일부 후보의 '지역연대' 가 불공정 시비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보고에 포함됐다.

전당대회가 임박하면서 불.탈법시비가 가열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구당위원장 수십명이 지난 26일 한 자리에 모여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계획을 세워 선관위가 관계자를 파견하자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모임을 강행했다고 한다.

안동선(安東善)후보는 "지난 22일 일부 후보가 2백여명의 대의원들을 모아 식사를 했다" 며 "이런 식으로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순형(趙舜衡)후보도 "이른바 앞서간다는 후보들이 앞장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면서 "이런 일이 시정되지 않으면 대통령께 직언할 뿐 아니라 중대결심하겠다" 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협(李協)후보는 28일 경기남부 합동연설회에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과연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느냐. 사모님들까지 돌아다니며 밥을 사주지 않나, 교통비를 주지 않나" 라며 "한나라당이 비꼬는 대로 '돈당대회' 되면 정권재창출은 물건너 간다" 고 개탄했다.

정대철(鄭大哲).김태식(金台植)후보 등도 전당대회장에서 가질 마지막 연설을 통해 특정 후보들의 향응.금품제공 의혹을 집중 제기할 작정이라고 한다.

후보간 연대를 둘러싼 시비도 확산하고 있다. 박상천(朴相千)후보는 28일에도 "3자연대(韓和甲-金重權-金杞載)는 신지역주의를 부추겨 나눠먹기를 하자는 것으로 정권재창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고 비난했다.

조순형.이협 후보 등도 "대의원들의 선택권을 빼앗으려 하지 말라" 고 공격했다.

그러나 한화갑.김중권 후보 등은 동서화합과 정권재창출을 위한 연대임을 강조했다. 韓후보측에선 이인제(李仁濟).안동선.박상천 후보 등을 겨냥, " '보이지 않는 손' 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 이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싸움이 심화하자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향응.금품제공설과 지역연대를 둘러싼 비방전으로 당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와 정권재창출 역량 결집이란 전당대회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고 한탄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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